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떤 사건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마치 눈앞에서 벌어진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을미사변(乙未事變, 1895년 10월 8일) 역시 그런 사건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교과서에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라고 적혀 있지만, 그 안에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과 조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숨 막히는 외교전이 담겨 있습니다.
불안했던 조선 1895년
1895년의 조선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중국(청나라)의 그늘 아래 있었지만,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청나라가 패배하면서 조선은 갑자기 일본과 직접 마주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본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러시아도 조선을 탐내고 있었고, 조선 내부에서는 개화파와 수구파가 서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조선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고 싶었지만, 그 길을 가로막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명성황후(민비)였습니다.
명성황후, 조선을 지키려 했던 여왕
명성황후는 단순한 왕비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고, 강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고종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많았지만, 명성황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일본이 아닌 러시아를 끌어들여 조선을 지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좌시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원하는 것은 러시아와 청나라의 간섭 없이 조선을 장악하는 것이었고, 명성황후는 그 계획을 망치는 존재였습니다. 일본은 그녀를 제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새벽의 비극
새벽, 경복궁은 고요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폭풍이 오기 전의 정적이었습니다.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의 지휘 아래 일본군과 낭인(浪人, 무사 출신의 폭력배)들이 경복궁으로 쳐들어왔습니다. 고종은 이미 포위된 상태였고, 왕비를 지키려던 조선군은 일본군을 막지 못했습니다.
일본 낭인들은 명성황후를 찾아다녔습니다. “여왕을 죽여라!” 그들은 소리를 질렀고, 왕비의 침전으로 향했습니다. 신하들과 궁녀들은 겁에 질렸고, 왕비는 급히 몸을 숨겼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붙잡혔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너무도 참혹했습니다. 칼을 휘둘렀고, 피가 흘렀습니다. 명성황후는 일본 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습니다. 그녀의 시신은 궁궐 바깥으로 옮겨졌고, 불태워졌습니다. 일본은 그녀의 존재 자체를 없애려 했습니다.
조선의 반응, 충격과 분노
을미사변이 백성들에게 알려지자 조선의 모든 사람들은 충격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국모가 궁궐 안에서, 그것도 외국의 세력에 의해서 무참하게 살해되었다는 일은 백성들에게 상상이상의 감정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국왕인 고종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었습니다. 조선은 일본군에게 이미 포위된 상태이기도 했으며, 그 또한 명성황후를 잃고 두려움에 싸여 있었던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엄청난 사건을 조작 하려고까지 했습니다. 일본은 명성황후를 살해한 것이 ‘조선인’들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백성들은 믿지 않았습니다. 명성황후가 죽은 일이 있은 후, 조선은 빠르게 변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을미개혁과 국민의 저항
명성황후가 죽은 후, 일본은 조선에서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고종을 압박하여 단발령(머리를 자르는 정책)을 시행했고, 근대적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은 조선인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단발령은 큰 저항을 받았습니다. 상투는 단순한 머리 모양이 아니라, 조선인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이를 강제로 자르게 하자 백성들은 들고일어났고, 전국적으로 의병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을미의병은 명성황후의 죽음과 일본의 탄압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일본의 압박 속에서 고종은 점점 더 무력해졌습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세력이 필요했고, 결국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쳤습니다. 이것이 바로 아관파천(俄館播遷, 1896년)입니다.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일본의 세력은 일시적으로 약해졌고, 조선은 다시 한번 러시아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조선을 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외세의 개입이 더 깊어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을미사변의 역사적 의미
을미사변은 어쩌면 단순하게 왕비가 시해된 사건으로만 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시각에서는 조선이라는 나라는 더 이상 독립국으로서의 기능을 하지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만행들은 조선을 더욱 외세에 의존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조선의 백성들이 하나둘모여 을미의병을 조직하는 움직임으로 저항을 하기도 했지만, 슬프게도 문제의 근본은 해결할 힘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시기 고종이 아관파천을 단행하게 되면서 조선은 서서히 외국의 세력에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조선은 을미사변 이후 더욱더 쇠약해져만 갔고, 너무나 슬프게도 1910년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고맙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을미사변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조선이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외세에 의해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지금 우리는 그 시대를 살고 있지 않지만, 당시의 사람들이 겪었던 공포와 분노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성황후는 일본의 칼날에 스러졌지만, 그녀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외침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어도, 을미사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는 우리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떤 사건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마치 눈앞에서 벌어진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을미사변(乙未事變, 1895년 10월 8일) 역시 그런 사건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교과서에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라고 적혀 있지만, 그 안에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과 조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숨 막히는 외교전이 담겨 있습니다.